불로 불을 막는다? 예방적 소각이 우리가 외면해온 진실
산불의 계절이 돌아올 때마다 우리는 같은 악순환을 반복한다. 소방차가 출동하고, 뉴스에서는 피해 규모를 경쟁하듯 전하고, 몇 주 뒤면 모두 잊는다. 하지만 선진국 산림청들이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써온 전략이 하나 있다. 바로 '예방적 소각', 즉 의도적으로 통제된 상태에서 숲의 일부를 태우는 것이다. 이 말을 꺼내면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저으면서 묻는다. "불로 불을 막는다고요? 그게 말이 되나요?" 실제로는 정확히 그것이 과학이고, 그것이 현실이다.
통제 산불이 산림 관리의 표준인 이유
미국, 호주, 캐나다 같은 산림국가들은 오래전부터 계절을 정해 산림 관리원들이 직접 불을 놓는다. 건조하지만 바람이 약한 시간, 온도가 낮은 계절 같은 조건을 맞춰 작은 규모의 화재를 의도적으로 발생시키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숲 바닥에 쌓인 낙엽, 죽은 가지, 마른 풀 같은 가연물질이 천천히 태워진다. 결과적으로 큰 산불이 나면 먹이가 될 수 있는 '연료'가 미리 제거되는 셈이다.
쉽게 말해, 작은 불을 이겨내는 숲은 큰 불에 강하다. 불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으니, 처음부터 약한 불을 경험하게 하는 전략이다. 이것이 학문적 배경을 가진 산림 관리 기법이다.
한국이 예방적 소각을 외면해온 대가
한국의 산림청은 지난 수십 년간 '금지'를 중심으로 산불을 관리해왔다. 산불은 나쁜 것이고, 불은 절대 놓으면 안 된다는 강박관념이다. 이 원칙 자체는 틀리지 않았다. 하지만 그 대신 우리 숲은 관리 공백 속에서 쌓여만 갔다. 매년 봄과 가을, 산불 시즌이 돌아올 때마다 수십 년간 쌓인 가연물질 위에서 산불이 발생하고, 그때마다 통제 불가능한 규모로 번진다.
결국 불을 놓지 않아서 산불을 막으려던 정책이, 역으로 더 큰 산불을 부르는 악순환을 만들었다는 게 현실이다. 통제할 수 있는 작은 불을 거부했을 때 오히려 통제 불가능한 큰 불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주민 안전 우려가 정말 이유일까
예방적 소각이 도입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로 '주민 안전'이 자주 언급된다. 숲에 불을 놓으면 뭔가 잘못될까봐 두려워하는 심리, 그리고 실제로 통제가 틀어질 위험성 때문이다. 이 우려는 일리가 있다. 하지만 이미 이 기법을 도입한 선진국들도 같은 걱정을 했다. 그들은 처음부터 완벽하게 실행한 게 아니다. 시행착오를 거쳐 시스템을 만들었다. 전문가 교육, 장비 투자, 엄격한 기상 조건 확인, 주민 공지와 협력 같은 것들 말이다.
즉, 우리도 할 수 없는 게 아니라, 하지 않을 뿐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용기 있는 정책의 전환
산림청이 예방적 소각을 전국 규모로 도입하려면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철학의 전환'이 필요하다. '불을 놓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는 믿음에서, '통제된 불로 더 큰 불을 막는 것'이 최선이라는 인식으로 바뀌어야 한다. 이는 정책 결정자들에게 정치적 용기를 요구한다. 만약 통제 소각 과정에서 사고가 난다면 책임 문제가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매년 반복되는 대형 산불로 인한 생명 피해와 경제적 손실을 생각하면, 그 용기는 필수다. 작은 위험을 감수해서 큰 재앙을 막는 것이 진정한 예방이다.
예방 문화의 시작이 여기서부터
산불 예방을 진지하게 생각한다면, 이제는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산림청의 개선된 기술도 필요하고, 주민들의 이해도 필요하다. 하지만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산불을 막기 위해서는 때로 불을 놓아야 한다는 '불편한 진실'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것이 과학이고, 세계 표준이며, 우리 숲을 진정으로 보호하는 길이다.